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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직장내 괴롭힘 방지 매뉴얼 연내 만든다

[동아일보]


고용부, 대처법 연구용역 발주
“유정 씨는 퇴근하면 회사 일을 싹 잊나 봐. 그러니까 보고서가 이 모양이지.”

직장인 최유정(가명·36·여) 씨는 매일 밤잠을 설친다. 팀장이 온갖 트집을 잡아 최 씨를 날마다 괴롭혀서다. 팀장은 보고서 수정을 계속 요구하거나 하찮은 일을 시키는 방식으로 은근하고 끈질기게 최 씨를 괴롭힌다.

고용노동부가 유정 씨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에게 대처법을 알려주고 사업장이 적절히 조치할 수 있도록 ‘직장 내 괴롭힘 매뉴얼’을 제작한다. 현재 각 기업마다 비치돼 있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매뉴얼’처럼 모든 사업장에 배포해 자율적 해결과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연구용역을 발주한 고용부는 올해 말 최종 매뉴얼을 공개한다. 이 매뉴얼에는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과 유형별 분류, 사례 등 근로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대응하는 방안을 담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20∼64세 근로자 1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3%가 최근 1년 동안 한 번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많은 일터에서 괴롭힘이 만연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다. 당장 가혹한 업무 지시라고 주장하려면 어느 정도 수위여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내부 고발에 대한 부담도 따른다. 가해자를 고소하려 해도 증거 수집이 쉽지 않다. 이에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다른 노동 현안에 밀려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용부는 “현행법 내에서 가능한 대응법을 최대한 매뉴얼에 담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