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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당해고 복직명령, 회사가 소송 땐 ‘유명무실’

사측 불복해 행정소송 진행하면
최종 판결 때까지 복직 못해

이행강제금도 적어 효과 없어

법원서 노동위 판단 22% 뒤집혀

무조건 복직시키면 혼란만 커져

구제명령 이행 의무화 찬반 팽팽


게티이미지뱅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구제를 받으면 끝일 줄 알았는데, 행정소송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너무 막막합니다.”

배송 업무를 하다 다쳐 산업재해 휴직 중이던 ‘쿠팡맨’ A씨는 지난해 3월 돌연 계약종료를 통보 받았다. 정해진 배송일수를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A씨는 “회사는 '무단결근을 하는 사람, 일하기 싫어서 안 하는 사람, 산재로 일을 못 한 사람이나 다 똑같다'면서 계약을 종료했다”고 했다. 그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를 거쳐 중앙노동위에서 부당해고로 복직명령을 받았지만,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은 잠시였다. 쿠팡측은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기로 했고, 결국 A씨의 복직은 기약이 없어졌다. A씨는 “새로운 일을 얻으려고 해도 법적 분쟁을 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꺼려한다”고 털어놨다.

8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인정돼도 회사가 근로자를 복직시키는 대신 ‘소송전’을 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처럼 송사에 휘말린 해고자들은 법원 최종 판결까지는 복직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법원의 판결 전에 우선 복직시켜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사용자가 중앙노동위의 부당해고 구제명령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관할 법원이 중앙노동위의 신청에 의해 구제명령을 바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부당노동행위는 이와 비슷한 긴급이행명령제도가 있으나, 부당해고 구제절차에는 관련 제도가 없는 상태다.

특히 대기업은 이행강제금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아 벌금을 내고라도 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가면서 수년 간의 재판 비용과 시간을 감당할 수 없는 대다수 해고자들은 결국 직장 복귀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인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해고 무효소송이 노동위원회를 지나 다시 3심을 거치는 사실상의 5심제인만큼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그 사이 근로자 보호를 위해 우선 복직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부당해고 구제명령 이행이 의무화될 경우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중앙노동위의 판단이 법원에서 뒤집어지는 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복직을 시켰다가는 사회적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노동위의 패소율은 2014년 15.5%에서 지난해에는 22.1%까지 뛰었다.

일각에서는 긴급이행명령제도보다는 이행강제금제도 개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박성우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회장은 “근로자들은 소송은 고사하고 중앙노동위 재심조차 부담스러워하므로 노동위원회 차원에서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현행 이행강제금은 건당 하한액 수준(500만원)으로 책정돼 기업에 큰 위협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