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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노년 '미니잡' 급증…초단시간 근로 142만명 사상최대

[1분기 고용시장 분석]올 1분기 주당 17시간 미만 근로자 142만6000명
주휴수당·연차 등 보장X…차별적 법제도 해결해야
(자료사진) 2017.7.16/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 주에 17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올해 1분기 140만명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 초단시간 취업자는 상용직이 아닌 임시직이 대다수이며, 연령대는 주로 노년과 청년층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주당업무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도 지난 1분기 415만명에 육박하면서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한파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미니잡' 확산이 노동시장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초단기 근로자를 보호할 법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3일 통계청의 취업시간별 취업자 통계를 보면 지난 1분기 주당 1~17시간 일한 근로자 수는 142만6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132만4000명)보다 7.8% 늘었다.

이는 역대 최고치일 뿐만 아니라 꾸준한 증가세에 따른 결과다. 주당 17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작년 3분기 141만9000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같은 해 4분기 139만7000명으로 약간 줄었고, 올해 다시 늘었다.

36시간 미만 단기 근로자 수도 올 1분기 414만8000명으로 사실상 1분기 기준 최고치였다. 1분기 기준 36시간 미만 근로자 수가 올해보다 많은 때는 2010년과 2013년 단 두번 뿐이다. 그러나 당시는 설 연휴 등 사흘 이상 연속된 휴일을 집계에서 제외하는 통계기준이 적용됐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통계청은 초단시간 취업자 수가 주로 60세 이상 고령층과 20~29세 청년층에서 늘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노년층은 은퇴 후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공공근로 등 임시직으로 재취업을 하고 있으며 청년층의 경우 소위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일자리에 많이 종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도 초단기 근로 확산에 기여한 것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지난 2012년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구청을 비롯한 지자체에서는 노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단시간 공공근로를 확대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도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량 축소가 아닌 고용시간 단축으로 이어진다는 한국노동연구원 등의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초단기 일자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긴 시간 일하기 어려운 학생과 노인, 가정주부에게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잘만 활용한다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노동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독일에서는 2010년 하르츠 개혁에 따른 미니잡 도입으로 고용률이 상승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이 제고된 바 있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풀타임으로 일하지 못할 여건에 있는 사람들, 특히 청년층·노년층·가정주부가 일할 수 있는 만큼 일할 수 있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또 이들 계층이 사회경제적으로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열악한 근로여건과 법적 보호 부재가 맹점으로 지목된다. 특히 이들 취업자 가운데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 근로기준법상 보호대상이 되지 못한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15시간 미만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상 몇가지 강제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고 연차휴가 등에서도 배제된다"며 "공공근로를 제외한 초단기 취업자 부분은 단시간 고용을 통해 근로기준법을 벗어나기 위한 사업주들의 행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인권위가 2016년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단시간 근로자들의 월 평균수입은 30만~40만원이었으며 약 17%만 사회보험 혜택을 받고 있었다.

따라서 단기 근로 확산이 우리 노동시장의 트렌드라면, 법적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 연구원은 "초단시간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예외이기에 1년 내내 일해도 사회보험 등이 제공되지 않는다"며 "실제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우리 법 체제 안에서도 초단시간 근로자들을 차별하는 시스템이 짜여져 있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경우는 거의 없으며 우리나라가 아주 잘못하고 있는 것인데도 고치지를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