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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종사자, 극단적 선택 가장 많았다

2016년 자살 직업군 분석

서비스 판매종사자 28.5% 최다

단순노무,전문가,사무직 뒤이어

지난 2014년 서울 중구 명동 예술극장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주최로 열린 감정노동자 보호 대국민 캠페인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감정노동자보호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나라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근로자 중 서비스 및 판매종사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감정노동’ 종사자들이다.

16일 한양대 의대 김인아 교수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최근 발표한 ‘노동자 과로자살 현황 및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자살 사망자 1만3,092명 중 15~64세 근로자는 총 4,470명으로 34.1%를 차지했다.

이들을 다시 직업군별로 구분해 보니 ‘서비스 및 판매종사자’가 가장 높은 28.52%를 차지했다. 단순노무 종사자(16.55%), 전문가 및 관련종사자(14.18%), 사무종사자(13.11%)의 순이었다. 같은 해 통계청 전체 근로자 직업분류표를 보면, 서비스 및 판매종사자 수는 114만6,734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1.2%에 불과하다. 즉, 서비스 및 판매종사자는 전체 노동자 10명 중 1명 정도이지만, 자살한 근로자 10명 중에서는 3명 가까이 되는 것이다.

이는 이들 감정노동자들이 고객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폭언에 시달리는 등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고 이 같은 스트레스가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으로 발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윤진하 연세대 의대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을 요구받는 근로자의 자살 충동은 그렇지 않은 근로자에 비해 남자가 2.07배, 여자가 1.97배 높았다.

감정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장해를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일명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10월 시행되지만, 정부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긴 힘들 수도 있다. 김인아 교수는 “정부의 자살예방 정책이 노인이나 취약계층 등 고위험군 발굴과 예방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2009년부터 ‘과로사 방지법’을 제정해 기업이 근로자의 정신건강을 제대로 관리하도록 한 일본의 후생노동성처럼 우리나라도 근로자의 정신건강과 자살문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