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노동 전문가들이 제안한 해결책

    “노동자 불리한 산입범위 개정

    인상폭은 작년 수준 유지해야”

    “회사쪽 활용할 ‘꼼수’ 많아져

    위반 사업장 근로감독 강화를”

    “피해 노동자 대상 직접대책 필요

    상여금 등 포함 통상임금 개편도”



    “문 대통령, 최저임금법 거부권 행사를” 청년정치공동체 ‘너머’회원들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른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급격한 확대에 반발하는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회를 포함한 모든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후보에 대한 낙선 운동도 예고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29일 최저임금제도 개편으로 ‘기대이익’이 줄어드는 연 소득 2500만원 이하 노동자가 21만6천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정기 상여금과 7%가 넘는 식비·교통비·숙박비 등이 추가로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탓이다.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해마다 더 많이 포함돼 2024년 이후엔 모두 최저임금에 들어간다. 산입범위 확대로 저임금 노동자의 불이익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들 저임금 노동자의 피해를 줄이려면 최저임금 큰 폭 인상과 임금체계 개편, 노동기본권 강화 등 후속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폭이 커 올해 인상률은 약간 낮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산입범위를 이렇게 바꿨으니 높은 수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을 16.4%(1060원) 올렸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도 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도 “산입범위 조정이 없었다면 지난해만큼 최저임금을 올리는 게 부담이었겠지만, 이렇게 해놓고 안 올리면 더 문제다. 최저임금법 개정은 ‘속도 조절’ 없는 최저임금 인상을 전제로 한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근로감독도 중요해졌다. 고용부가 올 초부터 5개 업종 5082개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 실태를 점검해보니, 386곳(7.6%)에서 여전히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새롭게 산입범위에 들어오는 만큼,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꼼수’도 더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노동법)는 “복리후생비가 새롭게 산입범위에 추가된 탓에 점심식사나 기숙사 등 ‘현물’을 현금으로 전환하는 사용자도 있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전환 가격을 부풀리는 등 ‘갑질’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개정안을 보면 내년부터 식비와 숙박비는 최저임금에 산입하지만, 점심식사나 기숙사 등 편의제공은 여전히 빠진다.

    조리사, 급식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는데도 복리후생비 탓에 ‘피해’를 보는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직접 대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빈곤층이 일을 해 소득이 생기면 정부가 그만큼 지원금을 얹어주는 근로장려세제(EITC)가 최저임금 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복잡한 임금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앞으로 정기 상여금까지 합쳐 최저임금법 준수 여부를 따지게 된 만큼,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는 제외되는 부조리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용자는 휴일근로수당 등 초과근로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을 줄이려고 의도적으로 상여금을 기본급과 분리해왔다.

    이에 대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것들을 통상임금화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출해 올해 하반기부터 입법을 추진하겠다. 가능한 한 노사 대화를 통해 합의해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노동계를 아우를 수 있는 좀더 근본적인 개혁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한국산업노동학회 회장)는 “노무현 정부와 이 정부가 다른 것은 국민의 촛불이 만든 정권이란 것이다. 보수세력 분열로 저항도 크지 않은데, 정부·여당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개혁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법안 거부권 행사에 준하는, 노동기본권을 강화하는 개혁적 전환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이지혜 김태규 기자 xeno@hani.co.kr

    Posted by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