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탓 일부 기업 도입
    일본 재량근로제 노동자 ‘과로자살’
    정부 ‘포괄임금제’ 폐지 방침에
    “제한적 도입·건강보호 뒤따라야”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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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 52시간 노동 상한제 시행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업들도 앞다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재량근로제 도입도 대안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재량근로제는 사실상 노동시간 상한이 없어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는 신제품 개발과 연구 직종에 대해는 재량근로제를, 나머지 직군에 대해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도 재량근로제와 선택적근로시간제를 혼용하기로 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중이다. 재량근로제는 업무수행 방법을 노동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합의로 정한 시간을 일한 것으로 보는 제도다. 연구개발, 정보처리시스템 설계·분석, 언론·출판사 취재·편성·편집·제작, 패션디자인·광고 고안 등 대통령령이 정한 직종이 대상이다. 그러나 노사간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고, ‘업무수행수단·시간배분에 대해 사용자가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는다’는 약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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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 입장에선 자신에게 부여된 업무를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하면 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과중한 업무가 부여되면 수당도 못 받는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이 1997년 재량근로제를 도입할 때 사실상 ‘베껴’ 온 일본의 노동기준법(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재량근로제 노사합의 때 사용자에게 “노동시간 상황에 따른 노동자의 건강·복지 확보를 위한 조처를 강구할 것”이라는 조항을 달아두기도 했다. 재량근로제의 장시간 노동 유발 가능성을 전제한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2016년 9월 재량근로제를 적용받은 노동자가 과중한 업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됐다. 지난 3월엔 정부가 재량근로제 적용대상 업무를 확대하려다 노동계·야당의 반발로 좌초되기도 했다.

    정부가 포괄임금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추진중인 상황에서 포괄임금제와 사실상 ‘쌍둥이’인 재량근로제 확대가 바람직한 것인지 비판도 제기된다. 포괄임금제는 사전에 초과근로시간을 정하고 이에 대한 고정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로, 재량근로제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포괄임금제는 노동자가 초과근로한 시간을 입증하면 고정수당과 실제 근무한 시간만큼의 수당 차액을 청구할 수 있으나, 재량근로제는 노동시간을 아예 측정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라서 추가 임금 청구도 어렵다. 오히려 재량근로제가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무수행수단·시간배분’에 대해 사용자가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업무범위도 매우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량근로제를 적용받고 있는 한 정보기술(IT) 기업 노동자는 “보고서 작성이나 서비스 수정 지시가 ‘구체적 지시’라면 이미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나고 있다”며 “재량근로제가 확대돼 초과근로수당도 받지 못하고 장시간 노동이 유지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보기술 업종의 경우 대부분 팀 작업으로 이뤄지고 있어 (노동자 개인의) 성과에 기반한 업무에 한정돼야 하는 재량근로제에 적합한지 의문”이라며 “재량근로제는 제한 없는 근로를 허용하는 근로시간 특례제도이므로 도입 대상업무를 매우 제한적으로 해야 하고 노동자 건강보호조처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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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47485.html#csidx7a4140148818748b4e5c13783be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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