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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요양원..야근수당 떼고, 휴가도 없고, 그만두려 하자 협박도

[추적스토리-甲甲한 직장 번외편ⓒ] 대구 요양원의 갑질

“익명이 보장되는지 모르겠네요. 회사 분위기가 제왕적이라 글을 쓰는 순간도 심장이 떨립니다.”

자신을 일개 직원이라 칭한 직장인 A씨는 지난 5월 세계일보가 대한민국 직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갑질 실태를 연속으로 다룬 [甲甲한 직장]을 보고 용기를 내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자신이 당한 억울한 갑질 사연을 털어놨다.

이같은 사연은 멀리 제주도와 부산에서 오기도 했고, 어떤 날에는 사무실에 수십통의 전화로 전달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목소리는 절절했고, 사연은 구구했다. 세계일보는 많은 제보 가운데 독자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제보들을 번외편으로 정리, 보도한다.

◆야근근무 수당떼고, 월차개념도 없고…주방일까지

지난해 3월 지역 고용센터를 통해 대구의 한 요양원에 취업한 C씨는 면접 때 회사가 제시한 근로조건과 다른 현실에 좌절했다.


제보자가 입사할 당시 해당 요양원은 이틀은 주간, 이틀은 야간, 이틀은 휴무 형식으로 업무를 한다고 제시했지만 현장에선 주간 근무가 5~6일씩 이어지고 있었다. 야간 근무도 연달아 편성됐다. 심지어 야간 근무 때는 1.5배의 임금을 지급해야하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월차 등 휴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C씨는 “요양사로 들어왔지만 주방 일까지 도맡아 했다”며 “휴게시간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당시 겪은 격무를 토로했다.

◆근로계약서 거부한 요양원 “직장 못하게 할 것” 협박도

1달간 일하며 문제의식을 가진 C씨는 회사 측에 근로조건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요구했다. 본래 입사 시 근로계약서를 회사와 고용자가 한부씩 나눠 갖도록 돼 있지만 해당 요양원에선 근로계약서를 받아본 이는 없었다. 대부분 요양사의 나이가 고령이라 근로조건이나 법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그 요청을 거절하며 그만두려는 C씨에게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C씨는 회사를 나와 요양원을 노동청에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소했고 1년여가 지난 5월 말 법원은 요양원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C씨는 “벌금이 너무 적다”며 항의했지만, 노동청은 “이런 일로 벌금이 나오지 않는다. 대단한 일을 하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제보자는 “아직도 요양원에는 근로계약서가 뭔지도 모르는 분들이 일을 하고 계신다”며 “약자는 항상 당하고 산다. 부당한 일을 해도 벌금 조금 내면 없던 일이 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