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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험설계사들은 반대하고 경총은 배제된채…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일방 추진

[동아일보]
고용부, 이르면 6월말 가입 허용… “자율퇴직 많아 실업급여 못받아”
설계사 84%는 보험 가입 꺼려… 업계선 “비용 부담늘어 일자리 감소”

정부가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의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고용보험위원회(고보위)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배제되면서 관련 논의가 노동계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이달 말 또는 7월 중 고보위를 열고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특수고용직은 법적으로는 자영업자(개인사업자)지만 근로자 성격이 강한 직종을 뜻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고용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다. 그동안 노동계는 특수고용직을 근로자로 인정해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이에 고용부는 지난해 9월부터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일단 고용보험부터 가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퇴직 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해고, 구조조정 등을 당한 비자발적 퇴직자에게만 지급되며 자발적 퇴직자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특히 고용부는 특수고용직을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인정하려면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 관련 가이드라인도 조만간 발표할 방침이다.

하지만 고용보험 가입에 반대하는 업계와 당사자들도 많다. 보험업계가 대표적이다. 보험설계사의 경우 고용 규모(34만여 명)가 커서 기업이 부담해야 할 고용보험료가 급증할 수 있다. 특히 설계사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직접 고용한다면 약 2조 원의 인건비가 더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당사자들도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보험연구원이 설계사 800명을 조사한 결과 고용보험 가입을 반대하거나 설계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83.5%였다. 한 설계사는 “업계 특성상 이직, 즉 ‘자발적 퇴직자’들이 많다”며 “어차피 실업급여를 받지도 못할 텐데 굳이 돈을 내면서 가입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또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기업들이 비용 증가를 꺼려 보험업계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고보위에서 경총이 배제돼 경영계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고용부는 지난해 11월 고보위 위원들을 교체하면서 사용자 위원으로 참여하던 경총을 탈락시켰다. 경총이 고보위에서 탈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