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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이번엔 될까…경영계 '총력전'

최저임금위 오늘 집중 논의…使 '동결'로 배수진
고용지표 악화로 조건 유리…미국·일본 등 차등적용
이동응 사용자위원과 이성경 근로자위원이 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11차 전원회의에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2018.7.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세종=뉴스1) 박정환 기자 = 경영계가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며 배수진을 쳤지만 업종별 차등적용이 받아들여지면 수정안을 낼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겨 주목된다. 그만큼 업종별 차등적용이 경영계에 있어 이번 협상의 키포인트라는 의미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1988년 한차례 도입됐으나, 노동계의 반발로 이후에는 단 한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16.4%)에 대한 논란과 악화된 고용지표 등의 여파로 업종별 차등적용 요구에 다소 힘이 실리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10일 열리는 제12차 전원회의에서 해당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경영계 "최저임금 미만율 높으면 인상률 50% 적용"

10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 최초안으로 경영계는 시급 7530원(동결)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을 할 경우 수정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 부담이 큰 업종에 인상률 등을 구분해 적용하자는 것이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의 비율을 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이 대상이다.

사용자위원들이 지난 4일 최저임금위에 제출한 '사업별 구분적용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은 농·임·어업(42.8%), 숙박음식업(34.4%), 기타개인서비스업(24.8%), 사업지원서비스업(19.5%), 도소매업(18.1%) 등의 순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만큼 올해 미만율은 이보다 높고, 업종·규모별 편차가 더욱 심할 것이라는게 경영계 측의 판단이다.

경영계는 업종을 3단계로 분석해 차등적용을 하자는 안을 내놨다. Δ1단계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전산업 평균(2016년 기준 13.5%) 이상인 업종 Δ2단계는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이 전산업 평균(1700만원) 미만인 업종 Δ3단계는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가 전산업 평균(6200만원) 미만인 업종이다.

만약 3단계를 모두 통과한다면 최저임금 인상률의 2분의1만 적용하거나 별도 인상률을 결정하자는 식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농·임·어업, 편의점, 슈퍼마켓, 주유소, 이·미용업, 일반 음식점업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노사 갑론을박…최저임금 인상 여파·고용지표 관건

경영계의 안이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저임금위는 지난달부터 7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해당 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노동계가 일부 복귀한 3~5일 전원회의에서는 노사의 격론이 이어졌다.

사용자위원인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최저임금법에 산업별 구분 적용 부분이 명시돼 있다"며 "소상공인들이 어렵고 여러 통계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법에 있는 것조차 위원회에서 논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반면 근로자위원인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저임금노동자가 아직도 어려운 상황에서 사용자 측이 또다시 업종별 차등적용을 들고 나온 것이 안타깝다"며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한 이후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있다면 정책적 요구를 통해 함께 해법을 풀어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에서도 경영계 측이 요구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을 모르는 무리한 주장"이라며 반발했고 결국 투표에 붙여 안은 부결됐다. 사용자위원들은 논의 자체가 부족했다며 회의장에서 퇴장하는 등 진통도 겪었다.

이후 최저임금위는 지난해 심의가 끝난 후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업종별 구분 적용 방안을 다시 검토했다. TF에서는 '현시점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다수의견과 '이미 법률에 근거 규정이 있고 업종별 격차가 심해진다'며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소수의견을 내놨다. TF안을 토대로 최저임금위 노사는 다시 머리를 맞댔지만 의견차를 확인하는데 그쳤다.

다만 올해의 경우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률(16.4%)에 따른 논란이 이어지고 취업자 수 급감 등 각종 고용지표에서 빨간불이 켜진만큼, 업종별 차등적용을 위원회 차원에서 좀더 신중하게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전날(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의 사업별 구분적용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압박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논의를 계속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차기회의에서 이 부분을 계속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韓 근거법은 있어…미국·일본·캐나다 등은 차등적용

최저임금법 4조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1988년 최저임금법이 시행될 때 업종별 차등적용이 실제로 적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최저임금위에서 합의를 보지 못해 번번이 무산됐다.

1988년 당시 제조업 28개 업종 중 섬유·식료품 등 저임금 업종은 1그룹으로 분류해 시급 462.5원을 적용했다. 석유·화학·철강 등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2그룹은 이보다 25원 많은 462.5원을 책정했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상당히 많이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지역, 장애, 학생 신분 여부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며 각 주별로 최저임금을 정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많은 뉴욕주 등은 최저임금이 11달러지만 농촌지역인 조지아주 등은 5.15달러인 식이다.

일본은 각 지역의 노동자 생계비, 사업장의 지급 능력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최저임금위 심의를 거쳐 업종 최저임금을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높게 설정할 수도 있다. 특정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수는 318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5.5% 수준이다.

캐나다는 건물 관리인, 경비원, 농·어업 근로자 혹은 특정분야 전문가는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한다. 호주는 약 122개 직업군의 직업별 최저임금을 규정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 특정 산업 최저임금을 감액한다.

k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