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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830원짜리 노동`…게스탭을 아시나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제주도 '게스탭(게스트하우스+스태프)' 구직글. 무급도 상관없다는 지원자도 있었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며칠 전 제주도 한 달 살이를 마치고 육지로 돌아왔습니다. 저처럼 환상에 사로잡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시는 분들이 없길 바라며 몇 글자 적어봅니다. 한 달 동안 보고 느낀 스탭 살이는 허황 그 자체였습니다."

지난 3월 한 누리꾼이 인터넷 카페에 제주도 '게스탭(게스트하우스+스태프)' 경험담이라며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이 누리꾼은 "사업주가 스탭은 사실상 하는 일이 없고, 숙식 제공한 걸 돈으로 환산하면 완전 땡 잡았다고 말하더라"면서 "사람을 고용했는데 최저 시급은 왜 안 주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다른 누리꾼 역시 "(구인공고에) '무급스탭'이라고 대놓고 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업주는 게스트하우스 수익을 창출하려고 젊은 청춘을 공짜로 부려 먹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여행지 게스트하우스에서 숙식을 받으며 일하는 이른바 게스탭들이 저임금에 시달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스탭은 한 달에 15~20일을 일하고 남은 일수는 여행하거나 쉬면서 보낼 수 있어 장기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주로 찾는다.

게스탭은 하루에 보통 8시간 많게는 13시간 가까이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으로 정해진 임금을 보장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하루 8시간 15일을 일했다면 야간·주말 근무 수당을 제외해도 월 90만원 이상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게스탭들은 대부분 한 달에 10~15만원 정도를 '용돈' 혹은 '사례비'로 받을 뿐이다. 만약 10만원을 받았다면 시급은 약 830원 수준이다. 무급인 경우도 허다하다.

이 같은 관행이 가장 심각한 곳은 제주도다.

올레길이 본격 개방된 지난 2007년부터 제주도 내 게스트하우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손이 모자라자 게스트하우스 측이 여행객들에게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일을 맡긴 게 제주도 게스탭의 시초다.

최근엔 한 종합편성프로그램에서 방송한 '효리네 민박'이 인기를 끌며 제주도 게스탭 문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인터넷엔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관련 카페만 수십 개에 달한다.

카페에는 '한 달 만에 도망쳐 나왔다', '실망만 하고 왔다'는 식의 불만 글이 올라온다. 대게 열악한 근무환경과 저임금을 고발하는 글이다.

이에 대해 업주들은 숙식이 무료로 제공되고 구직자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숙식과 식대 제공은 의무가 아니지만, 적정근로 시간 준수와 그에 따른 최저임금 지급은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출퇴근 시간이 있고 사업주 지시를 받는 건 분명 고용에 따른 근로 행위이기 때문에 게스탭 편법 고용도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현재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별도의 등록 규정은 없고, 농어촌 민박으로 신고한 뒤 운영 중인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미신고 영업장도 많아 정확한 현황 파악이 어려워서 게스탭에 대한 감시 및 법적 보호는 어렵다.

최한솔 노무사는 "게스트하우스에 일하는 분들 중에서 불만을 가지고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는 분명히 노동자이지만 (업주가) 이를 '낭만 여행객'으로 꾸미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송승섭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