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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라는 이유로.."시급 2000원 받고도 아무 말도 못해요"

장애인들 최저임금법서 소외

지적장애인 김모(26·여)씨는 매일 아침 한 장애인시설에 출근해 종이봉투나 비누상자를 만든다. 단순한 업무이지만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6∼7시간을 꼬박 자리에 앉아 일을 한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3년이 지나면서 제법 일이 손에 익었다. 하지만 이렇게 일을 하고 받는 돈은 한달 평균 35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2000원이 조금 넘는다.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보다 턱없이 적은 돈이다.

하지만 김씨가 일하는 시설은 법에 걸리지 않는다. 최저임금법 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증장애인 노동권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중증장애인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2630원으로, 그해 시간당 최저임금(6030원)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해당 법은 장애인의 취업을 장려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일부 사업장에서는 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비장애인과 거의 비슷한 일을 하는데도 단지 장애인이란 이유로 적은 돈을 받는 사람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많은 장애인은 아예 구직을 포기하기도 한다. 김씨의 가족들은 그가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김씨의 아버지는 “집에만 있는 것보다 일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시설에 보내기는 하지만 월급을 보면 너무 고생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일하는 것을 좋아해 계속 보내고는 있지만 그만두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장애인보다 근로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열심히 일하는데도 장애인이란 이유로 너무 적은 돈을 받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임금을 일부 보전해주는 식으로 장애인에게도 일정수준의 최저임금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